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뛰어들어 : 슘님 작곡 커미션

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원통함을 느낀다.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. 이리 나 자신을 깎아먹지도 않고 형의 죽음을 이용하여 모든 것에 더러운 오물을 칠하는 일도 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. 난 내가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싶었다. 하지만 동시 너무나도 자기중심적인 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할 때면 강렬한 불쾌감을 느낀다. 형의 장례식에서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어 귀가 멀어버릴 것 같았을 때에도, 난 그 자리에서 그저 형을 잃은 동생만이 아닌 '친아버지에게 형을 잃어 너무나도 원통하고 울적하며 고통스러운 동생'의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. 만약 천국이 있다면 형이 그런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죄여온다. 그 때 대부분의 기자들이 경찰들에 의해 돌아가고 연 닿는 친척 하나 없어 담임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 몇 명이 왔다 간 텅 빈 장례식장 안에서 형의 영정사진과 눈을 마주했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지? 그것마저 이젠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. 아마 나는 거기서 형의 죽음을 밟고 일어나 나아가겠다 선언하는 멍청한 짓거리나 했을 것이다. 과거로 돌아가면 그 망할 패륜아 새끼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.  이 글을 적으면서도 나는 진정 악인인 내 아버지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글을 써내려가고 있단 것에 결국 또 나의 인격적 한계를 느낀다. 서른이나 먹어도 난 여전하구나. 여전한 개새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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